제가 아주 좋아하는 에끌 이라는 기독교 웹툰 사이트가 있습니다. ^^ 너무 재밋고 유익한 만화들이 많아서, 자주 가서 읽었고, 또 어떤 에피소드 같은 경우는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이메일로 링크를 보내곤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그 웹사이트에서 넘버스라는 진화론자가 쓴 창조론자들 이라는 책을 토대로 창조론 연대기라는 만화를 연재하고 있더군요.
내용을 아주 간단히 정리하면 한 고등학생이 짝사랑하는 친구와 함께 젊은 지구론의 맹점에 대해 찾아나가는 내용입니다. 아직 연재 중이기에 이 친구가 오랜 지구 창조론자가 되어 머무를지, 유신 진화를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습니다.
한 웹툰 작가가 자신의 웹페이지에 어떤 내용의 웹툰을 그리던지 저는 상관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건 그 분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믿는 바를 설득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거나 사실 관계를 왜곡한다면, 교묘하게 독자들로 하여금 오해를 하게 만든다면 이는 분명히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에끌이라는 웹페이지 이메일과 작가님의 개인 이메일로 두 차례 웹툰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습니다. 작가분께서 읽으셨는지 모르지만, 이에 대한 정정도, 답장도 없기에, 명백히 잘못된 부분에 대한 오해를 풀어드리고 싶습니다. (※원글이 쓰여진 이후 에끌에서 내용을 일부 수정하였습니다.)
6일 창조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믿음의 선배는 없는가?
창조론 연대기 12화를 보시면, 주인공인 준이와 준이가 좋아하는 수영이가 영국에서 신학을 공부하는 사촌 누나와 영상 통화를 하며 창세기의 성경 해석에 대해 얘기합니다. 그리고 신학생인 사촌 누나는 문자 그대로의 6일 창조를 믿고 싶어하는 준이가 “창조의 6일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것은 우리 믿음의 선배들도 그렇게 하지 않았어?” 라고 묻자, 이렇게 답합니다.
“믿음의 선배? 누구 말하노? 적어도 내가 존경하는 사람 중엔 없는 거 같은데…”
준이의 사촌 누나가 존경하는 창조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지 않는 믿음의 선배는 누구 일까요?
사촌 누나는 어거스틴과 존 칼빈, 벤자민 워필드, 헤르만 바빙크 등의 신학자들을 예로 듭니다.
사실 저는 벤자민 워필드나 헤르만 바빙크 같은 학자들을 잘 알지 못하니, 그 분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카톨릭과 개신교가 동시에 가장 존경하는 신학자이자 교부인 히포의 어거스틴과, 종교 개혁의 주역이자 장로교의 기초를 세운 칼빈이 문자적으로 해석을 안했다라는 부분에 대해서 어거스틴과 칼빈이 직접 저술한 글들을 통해서 정확한 팩트를 설명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창조론 연대기를 집필하시는 러스트 작가님께 드렸던 표현을 그대로 쓰면, 어거스틴과 칼빈이 창세기를 문자적으로 해석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1/4’만 맞는 것 입니다.
또 만약 이를 어거스틴과 칼빈이 오랜 지구를 지지했다는 뉘앙스로 독자에게 받아들이게 하려는거라면 이는 100% 잘못된 주장입니다. 그리고 이제부터 그 근거를 제시해보겠습니다.
어거스틴과 칼빈은 창세기 1장을 문자적으로 해석하지 않았는가?
우선 어거스틴이 창세기를 문자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비유적으로 해석하는 글을 남긴 것은 사실입니다. 어거스틴은 태양이 넷째날 만들어 졌다는 이유로 첫째날에서 셋째날이 우리가 생각하는 24시간의 하루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어거스틴은 실제 창조가 어떻게 이루어졌다고 생각했을까요? 지금 오랜 지구론자나 유신 진화론자들이 믿는 것 처럼 오랜 시간에 걸려서 점진적으로 창조 되었다고 생각했을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아마도 우리는 현재 우리가 보는 생물들이 지금 우리가 관찰하는 것과 같이 자연이 만들어내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 이런 신성한 지혜의 능력이 엄청난 그분이 말씀하시면 그것이 만들어졌고, 그분이 명령하시면 그것이 창조 되었다. 그러므로 창조는 자연에 의해 천천히 심겨져 천천히 발전하듯이 천천히 일어난 것이 아니다. [^1]
만약 성스럽고 무오한 성경이 태초에 하나님이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고 한다면, 하나님께서 그 이전에는 아무것도 만들지 않으셨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 이다.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안식 전에 만드셨다면, 이것은 태초에 만들어졌음을 의미하기에) 그렇다면 분명히 세상은 시간 안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시간과 동시에 창조되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해가 되시나요? 어거스틴은 6일을 문자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창조가 되었다고 주장한게 아니고 오히려 그 반대로 하나님이 전능하신데 뭐하러 6일씩이나 걸려 창조를 하셨겠어? 라고 생각하여 순간 창조론(?)을 주장한 것 입니다. 그리고 어거스틴의 영향을 받아 캔터버리의 안셀름이나 베데, 앤드류 등의 중세 시대 많은 신학자들이 이 순간 창조를 받아 들였습니다. 그래서 뒤에 나눌 칼빈은 창조의 관점 비판의 대부분을 성경대로 믿지 않는 순간 창조론자들에게 할애 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오랜 지구론자/유신 진화론자들이 어거스틴이 오랜 지구를 믿었던 것 처럼 호도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 처럼 포장을 하는 것 입니다.
어거스틴은 이 세상이 6,000년 정도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어거스틴을 오랜 지구론이나 젊은 지구론자라고 분류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는 직접 자신의 창세기 해석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했고, 다른 관점에 대해 열려 있었으며, 그의 생애 동안 쓴 책과 해석들은 비유적인 해석과 문자적인 해석 사이를 왔다갔다 했기 때문 입니다. 그럼에도 만약 어거스틴을 둘 중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 넣어야 한다면 그는 젊은 지구론자라고 하는게 더 정확합니다.
어거스틴은 자신이 쓴 City of God에 이렇게 기록 합니다.
아담이라고 불리는 첫번째 사람 이후 6,000년이 지나지 않았기에… [^2]
그들 역시 수만년의 역사를 주장하는 굉장히 허위로 가득한 문서에 속는다. 하지만 성스러운 글들(성경)에 의하면 아직 6,000년이 지나지 않았다. [^3]
이 뿐만 아니라 그는 창세기에 나오는 아담에서부터의 족보와 그들의 수명 [^4] , 창세기 6장 부터 나오는 노아의 홍수에 대해서 까지 [^5] 문자 그대로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해석서에 있는 비유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한 구절만 보고는 그의 전체 신학을 판단하는 것은 분명히 옳은 자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칼빈은 문자 그대로의 6일 창조를 믿었습니다
칼빈에 대해서는 더욱 심각한 오해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칼빈은 분명하게 자신의 창세기에 대한 믿음을 밝혔을 뿐더러 창세기 전체를 문자적으로 해석하지 않는다는 말을 한 적도 없기 때문입니다.
‘칼빈’의 큰 영향을 받은 웨스트 민스터 신앙 고백 4장은 창조에 대한 신앙 고백서이며, 다음과 같습니다.
아버지, 아들, 성령 하나님께서는 그의 영원한 능력과 지혜와 선하심의 영광을 나타내기 위하여 태초에 엿새 동안에 세계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 곧 보이는 것이든지 보이지 않는 것이든지 간에 다 무로 부터 창조하기를 기뻐하셨는데, 그것들은 다 매우 좋았다.
이 고백서에 대해 웨스트 민스터 신학교는 이렇게 주장 합니다.
“개혁가들이 일반적으로 하루를 일반적인 24시간의 하루로 해석한 것은 사실이다… 칼빈, 에임스 등 웨스트 민스터 표준서들의 저자들이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하루를 의심없이 일반적인 하루로 이해한 것은 맞다…” [^6]
위 신학교의 글은 현대 과학에 맞춰서 창세기 1장의 하루가 24시간의 일반적인 하루가 아닐 수도 있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긴 하지만, 적어도 존 칼빈 등 웨스트 민스터 신학에 영향을 준 절대 다수의 신학자들이 창세기를 문자 그대로 이해했다는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팩트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존 칼빈의 교회론에서 저자 Gerard Mannion 등은 각주에 이런 내용을 첨부합니다. 칼빈이 믿었던 대로 지구가 6,000년이 안되었다면…’
그렇다면 존 칼빈이 직접 쓴 내용은 없을까요? 있습니다!
여기에서 우주가 한 순간에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오류는 분명하게 논박되어진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6일(six days) 동안에 완벽하게 이루셨던 일을 모세가 단지 명령을 전달하려는 목적으로 6일로 배분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나도 비약적인 억지 이론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하나님의 역사를 인간의 능력으로 수용케 할 목적으로 그가 친히 6일이라는 기간을 취했다고 결론을 내리자 [^7]
나는 이 세계가 형성되는 데에 6일이 걸렸다고 위에서 말했다. 한 순간이 천년과 같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은 이런 연속적인 시간이 필요하셨던 것이 아니라, 그의 사역을 묵상하는 데에 우리를 참여시키셨는지도 모른다 [^8]
즉 세상이 창조 되고, 5,000년이 조금 넘었다는 것을 그들이 알면 실소를 금치 못할 것이다. [^9]
이 내용들을 보면 웨스트 민스터 신학교에서 인정하듯 ‘칼빈’이 문자적인 24시간의 6일을 믿었다는 것이 너무나도 분명합니다.
잘못된 정보를 통해 사람들을 호도하는 에끌
그럼에도 왜 에끌의 작가는 칼빈이 문자적 해석을 안했다고 주장했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창조론 연대기의 작가님이 ‘칼빈’에 대해 제대로 연구해 보지도 않았으며 특히 인용했다고 밝힌 ‘태초의 첫째 아담에서 종말의 둘째 아담 그리스도까지’ 역시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그 분은 출판사가 선정한 ‘ 창조론자들’이라는 책의 서평 공모전 최우수작에 있는 내용을 검증하지 않고 그대로 따왔다고 생각합니다.
그 서평에는 ‘칼빈’이 창세기 1장을 문자적으로 해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존 페스코의 ‘태초의 첫째 아담에서 종말의 둘째 아담 그리스도까지’ pg 17~21을 [^10] 인용했다고 밝힙니다. 하지만 존 페스코의 책 어디에도 칼빈이 창세기를 문자적으로 해석하지 않았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단지 워필드가 칼빈의 창세기에 대한 해석을 자의적으로 재해석한 것 뿐입니다.
‘칼빈’을 아는 사람들은 칼빈이 창세기의 하루를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하루로 믿었다는 것을 압니다. 그럼에도 역사적인 신학자들이 창세기를 문자적으로 해석하지 않았다고 왜곡하고 이를 토대로 창세기의 하루를 24시간으로 해석하는 것이 마치 안식교에 의해서 19세기 이후에 새로 생긴 이단인 것 처럼 주장 합니다. 그렇다면 칼빈과 루터를 위시한 수많은 신학자들 역시 안식교의 영향을 받은 것일까요?
창조론 연대기라는 만화가 나오고, 어거스틴과 칼빈에 대해서 자료를 모으고 글을 쓰면서, 내가 왜 이런 쓸떼 없는 짓을 하고 있어야 하나? 라는 한숨이 많이 나왔
습니다. 조금만 더 신경을 쓰고, 조금만 더 확인을 했다면 이런 오해와 잘못된 사실들이 퍼지지 않을 수 있었을텐데… 인터넷에서 검색만 조금 해봐도, 그들이 그렇게 싫어하는 창조 과학회의 홈페이지만 찾아봐도, 본인들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텐데 라는 생각에 짜증이 나기도 했습니다.
에끌은 진화론을 믿고 하나님을 버린 넘버스를 따라가기 원하는가?
유신진화론자들은 자신들의 아젠다를 교회내에 퍼뜨리기 위해 진화론을 받아들이고 불가지론자가 되어버린 넘버스같은 사람의 성경에 대한 공격을 자신들의 무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직적으로 일부의 사실과 일부의 거짓말을 섞어서 사람들에게 그럴듯하게 포장하고는 성경을 신뢰하지 못하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의 주장이 과학적으로 명확한가?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미 수많은 새로운 과학적 사실들은 진화론에 너무나도 많이 상충되며, 그들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던 지질학적 현상들은 이제 우리 눈으로 관찰 되어졌고, 인정되어졌습니다.
수년간 하루에 몇 시간씩 진리를 찾기 위해, 또 객관적 증거를 찾기 위해 노력한 결과, 저는 현대 과학의 수십억년의 파라다임에는 어떠한 근거도 없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보다 더 정확한 것은 없습니다. 말씀을 잃어버릴때에 우리는 사탄의 밥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찰스 다윈과 로널드 넘버스가 넘어진 것 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