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세미티 화강암이 형성되려면 적어도 100만년이 걸리나?
‘창조론 연대기’에 대한 세번째 반박글입니다.
지난번에 어거스틴과 칼빈에 대한 반박글을 많은 분들께서 공감해주시고 또 공유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12화의 만화 내용이 수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을땐 개인적으로 작가님께 감사의 이메일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게시물에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고 수정한다는 것은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수정된 버전을 보고나니 실망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결국 작가님은 기존의 전개에서 한걸음도 물러나지 않았으며, 수정 이후 만화의 내용 역시 어색해졌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내용을 전개해 나가기를 바라던 많은 이들의 기대와는 달리 이 만화가 처음부터 무엇을 지향하는지에 대해서 더 확고하게 공표를 하신 것 같았습니다.
수정된 버전을 보니 젊은 지구론을 지지하는 준이가 창조의 6일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건 우리 믿음의 선배들도 그렇게 하지 않았냐고 묻자, 신학생 사촌 누나는 자신이 존경하는 믿음의 선배는 창조 6일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지 않는다고 해 놓고는, 뒤에 어거스틴과 존 칼빈을 예로 들며 이렇게 얘기합니다. “6일 창조를 믿은 칼뱅도 성경을 과학책으로 보는 태도엔 반대하고 당대 천문학을 존중했그등…”
우선 칼뱅은 창세기의 하루를 문자적으로 해석했기 때문에 신학생 누나는 칼뱅을 존경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신학생 사촌 누나의 답이 끝나고 준이가 문자적 해석이 나쁜게 아니지 않냐고 묻자, 신학생 누나는 6일을 그대로 해석하는 것이 진정 문자 그대로 읽는 것이냐며 반문을 합니다. 이는 6일 창조를 믿었던 칼뱅에 대한 그녀의 또다른 모순된 태도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많은 히브리어 전문가들이, 순수하게 성경만을 보았을때는 창세기의 하루를 일반적인 개념, 즉 문자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성경과 과학을 타협시키려면 문자적 해석을 취하면 안되기에 결국은 ‘Scripture Interprets Scripture (성경이 성경을 해석한다)’는 공식에서 벗어나 다음과 같은 우유부단한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이 기록(창세기)만 고려하면 그 단어(날)를 일반적인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 개념이 모세의 기록을 실제 사실(과학이 얘기하는 수십억년의 지구 연대)과 충돌하게 만들고, 다른 개념이 그런 충돌을 막는다면, 그 다른 개념을 채택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다. – 찰스 호지 (신학자)
이에 대해서는 제 두번째 반박글에서 창세기 1장을 문자적으로 해석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서 설명했으니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이 만화의 핵심은 결국 성경은 과학책이 아니며 과학을 의심하지 말고 모두 수용해야 한다!’ 라는 것으로, 현대 천문학 등에 반론을 제기하는 젋은 지구 창조론자들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성경이 과학책이 아니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잘못된 사실을 적어도 되는가?
저는 창조 과학을 제대로 지지하시는 분들 중에 성경을 과학책으로 보는 분은 본적이 없으며 저 역시 성경책을 과학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성경이 진리를 담은 창조의 역사를 사실대로 설명하는 책이라고 믿을 뿐입니다.
유신 진화론자이신 분들은 둘레가 30 규빗이고 지름이 10 규빗이라고 적힌 열왕기상의 구절을 들어, 수학에 의하면 지름이 10규빗이면 둘레는 31.4 규빗이 되어야 한다며 성경이 모순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나름 성경을 변호하며 성경은 수학책이 아니라고 얘기합니다.
저는 그분들께 질문하고 싶습니다. 성경이 수학책이 아니기에 지름이 10규빗에 둘레가 1 규빗이라고 적혀 있어도 괜찮습니까? 저는 안된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성경이 수학책은 아니지만 진리를 담고 있는 책입니다. 수학적 진리는 지름이 10 규빗인 원의 둘레는 1 규빗이 될 수 없다고 얘기합니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일까요?
제가 여러분에게 다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원주율이 3.14입니까?
아니요!!! 무슨 소리입니까? 원주율은 3.141592… 로 끝이 없는 무한 소수 입니다. 그러면 3.14는 무엇이죠? 인간이 편의를 위해서 소수점 두 자리에서 반올림한 값입니다. 그렇다면 원주율을 소수점 두 자리에서 반올림 하는 것이 수학적 진리 입니까? 아니라면 원주율을 3이라고 반올림 한 것은 틀리고 원주율을 3.14로 반올림 한 것은 맞습니까?
모순은 성경에 있는 것이 아니라 원주율이 3.14라는 것이 수학적 진리라고 알고 있는 인간의 무지함에 있습니다. [^1]
그리고 창조론 연대기는 이런 류의 과학적 오류를 통해 되레 과학을 신뢰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습니다.
요세미티 화강암의 형성이 적어도 100만년이 걸려야 한다는 비과학적인 정보
창조론 연대기 8회에는 창조론을 변론하게 된 준이와 친구들이 모여 왜 창조론이 말이 안되는지 이유들을 나눕니다. 그 중에 하나가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마그마가 식으면서 만들어진 거대한 화강암인데, 이것이 형성되려면 적어도 100만년이 걸린다는 주장 [^2] 입니다.
어떤면으로 저는 창조론 연대기가 이런 잘못된 주장을 담아 주어서 감사하단 생각도 합니다. 왜냐하면 이 만화의 계속되는 오류는 왜 우리가 불완전한 지식을 가진 인간이 아닌, 전지한 하나님의 말씀을 신뢰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증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창조론 연대기에서 요세미티의 화강암의 형성이 적어도 100만년이 걸려야 한다는 주장은 화강암 형성에 대한 전통적인 모델인 다이어피르(diapir) 모델에 기초한 주장입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 모델은 지각의 아래에서 다이어피르(비중이 작은 암층이 위쪽의 암층으로 솟아 올라 생긴 돔 혹은 풍선 모양의 구조)가 형성되고 그것이 천천히 융기되어 지금 우리가 보는 화강암을 형성했다는 모델인데, 이 모델에는 여러 설명하기 힘든 문제점이 있었고, 1990년대 초부터 더 빠른 형성을 가능케 하는 암맥(Dyke) 모델이 기존의 모델이 설명하지 못했던 많은 부분을 설명하게 되면서 기존의 다이어피어 모델은 신뢰를 잃게됩니다.
다시말해 요세미티의 화강암의 형성을 설명하는 적합한 모델은 수백만년이 아니라 수천년의 시간대에 만들어졌음을 주장하고 있으며, 아무리 양보한들 창조론 연대기가 주장한 ‘적어도 100만년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거짓이 되어버립니다. 아래에 있는 논문은 2005년에 게재된 지질학 협회 논문 [^3] 입니다. 이 내용의 초록만 보아도, 창조론 연대기에서 주장하는 과학적 사실들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지를 알려줍니다.
요세미티 화강암 논란의 종결
논문의 내용을 정리하면, “요세미티 화강암의 형성이 적어도 100만년이 걸린다는 주장의 기초가 되는 화강암 다이아피르 가설의 모델은 아주 느리고 비효율적이며, 지질학적 기록에 그 증거가 없다. 오히려 화강암질 심성암의 형성은 수천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고, 많은 커다란 결정체들은 수시간에서 아무리 느려도 25년 안에는 다 자라 났을것이다.” 라고 주장합니다. 즉 화강암의 형성은 마그마의 상승에서부터 냉각까지 수천년에서 수만년 정도 걸렸다는 것이 일반 지질학의 모델이며, 이는 노아의 홍수와 같은 특수한 상황을 가정하지 않은 일반적인 모델이며, 노아의 홍수가 일으켰을 엄청난 지진과 격변적 대륙 이동에 의한 지각 운동, 열수 대류 순환 등은 이 과정을 훨씬 더 빠르게 만들었을 것 입니다.
이 모델과 논란의 역사에 대해서 다 쓰면 이 글이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보다 자세한 지질학적 설명은 가장 아래에 링크를 따로 걸어서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지질학 협회의 편집장인 W.J.French가 “화강암 논란이 종결되었다며” [^4] 평가할 정도로, John Clemens의 논문은 이론과 연구가 조화를 이룬 논문으로 알려져 있으며 오랜 시간 화강암의 느린 형성을 주장했던 W.S.Pitcher 역시 이 논문의 결론에 동의하고 그 객관성을 인정합니다. [^5]
양승훈 교수님의 오류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것
우리는 이런 사실들에 대해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아마도 양승훈 교수님이 다중 격변 창조론이란 책을 집필하고 계셨을 때는 요세미티 공원이 100만년은 걸려야 만들어 질 수 있다는게 인간이 가진 최고의 지식이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 다른 지식이 쌓이고, 다른 관찰과 연구가 진행되면서 책이 출판될 때 쯤에 나온 새롭고 더 정확한 과학적 이론들은 오히려 성경에 더 가까워졌습니다.
창조론 연대기 12화에서 오랜 연대의 근거로 제시되는 ‘18세기의 장난 아니게 쏟아진 지질학적 지식’ 중에 지금 그대로 사용될 만한 지식은 없다고 봐야합니다. 다시 얘기하면 당시에 설득당한 많은 사람들은 진리가 아닌 과학 지식을 맹목적으로 믿었을 뿐입니다. 그 후 계속되는 지질학의 발전은 오랜 지구론자들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던 것이 가능한 것임을, 젊은 지구론자들이 가능하다고 했던 것들이 타당함을 관찰해오고 있습니다.
도대체 우리는 왜 전지하신 하나님의 계시인 성경 대신에 ‘요세미티의 화강암은 적어도 100만년이 걸려야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이미 부정되어진 잘못된 옛 주장과 관념을 믿어야하며, 과학의 잣대로 성경 마저 재해석해야 할까요?
잘못된 정보로 미혹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닙니다
저는 창조론 연대기를 그리시는 작가님께서 부디 페어 플레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부정된, 그러나 일반인들이 확인하기 힘든 과학 이론들을 통해 오랜 지구가 진리인 것처럼 학생들을 미혹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젊은 지구에 유리한 증거들은 숨기시고 오랜 지구를 가리키는 것처럼 보이는 증거들만을 제시해 놓고 내 만화가 중립적이고 객관적이라고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창조론 연대기 14화를 보니, 젊은 지구론을 지지하던 준이가 진화론에 대해 마음을 여는 모습이 나오더군요. 저에게 창조론 연대기는 마치 성경을 믿던 한 사람이 잘못된 옛날 과학 지식을 통해 어떻게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믿음을 잃어가는지, 또 결국 어떻게 복음의 근간을 훼손시켜 나가는지를 보여주는 만화처럼 보입니다.
세상의 수많은 지식들을 객관적으로 볼 때에, 우리가 최종 권위를 두고 신뢰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밖에 없으며, 우리를 바르게 하나님께로 인도할 수 있는 것도 하나님의 말씀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하셨으면 합니다.